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진짜 가족은 곁에 남은 사람이다
- 작품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 원제: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 공개 연도: 2017년
- 감독·각본: 제임스 건
- 장르: SF, 액션, 코미디, 슈퍼히어로
- 상영시간: 2시간 16분
- 주요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마이클 루커, 캐런 길런, 커트 러셀, 폼 클레멘티에프
조금 더 시끄러워진 두 번째 모험
전편에서 우연히 모였던 피터 퀼, 가모라, 드랙스, 로켓, 그루트는 이제 제법 이름이 알려진 팀이 되었다. 물론 유명해졌다고 해서 이들이 갑자기 성숙한 영웅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임무 도중에도 서로를 놀리고, 사소한 자존심 때문에 위험을 만들며, 돈이 걸리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영화 초반의 전투 장면은 이 팀의 성격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 준다. 거대한 괴물과의 싸움보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베이비 그루트가 화면의 중심을 차지한다. 심각한 상황을 유쾌하게 비트는 방식은 전편과 비슷하지만, 이번 영화는 웃음 뒤에 각 인물이 감추고 있던 외로움을 더 적극적으로 꺼내 놓는다.
그래서 이 작품의 갈등은 우주를 구하는 임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피터와 로켓의 경쟁심, 가모라와 네뷸라의 오래된 상처, 욘두가 받아들이지 못한 과거가 한꺼번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팀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은 강력한 적이 아니라 서로에게 솔직해지지 못하는 마음이다.
피터 퀼이 기다렸던 아버지, 에고
피터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직후 지구에서 납치되었다. 성장한 뒤에도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 피터 앞에 에고가 나타난다. 에고는 자신이 피터의 친아버지이며, 평범한 인간이 아닌 셀레스티얼이라고 밝힌다.
피터가 에고에게 끌리는 이유는 단순히 강력한 능력을 얻을 수 있어서가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비어 있던 자신의 과거를 설명해 줄 존재를 만났다. 함께 공을 주고받고, 능력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장면에서 피터는 잠시나마 자신이 놓쳤던 아버지와 아들의 시간을 되찾는 듯 보인다.
그런데 에고가 피터에게 보여 주는 애정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에고가 원하는 것은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계획을 완성해 줄 힘이다. 그는 피터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기보다 자신의 일부이자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피터가 에고의 진실을 알게 된 뒤 즉시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순간 피터는 자신이 그리워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혈연이 관계의 출발점은 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사랑을 증명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욘두는 왜 가장 오래 기억되는 인물이 되었을까
전편의 욘두는 피터를 위협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놓아주는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모순의 이유가 조금씩 드러난다. 욘두는 피터를 에고에게 데려가지 않았다. 에고의 진짜 목적을 알아차린 뒤, 명령을 어기고 피터를 직접 키웠기 때문이다.
물론 욘두를 이상적인 보호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피터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거친 말과 두려움을 이용했다. 피터가 욘두의 행동을 사랑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욘두는 마지막 순간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 준다. 그는 피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돌아갈 가능성을 포기한다. 피터에게 신적인 능력을 약속한 에고와 달리, 욘두는 자신이 가진 단 하나의 생명을 내놓는다.
이 장면이 유난히 먹먹하게 남는 이유는 욘두가 완벽한 아버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늦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고, 피터 역시 너무 늦게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현실의 관계도 종종 그렇다. 곁에 있을 때는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마음이 이별 앞에서야 선명해진다.
로켓과 욘두가 닮아 보이는 이유
로켓은 가까워진 사람에게 일부러 상처를 준다. 불필요한 물건을 훔치고, 동료를 비웃고,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까지 밀어낸다. 버림받기 전에 먼저 관계를 망치면 상처를 덜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욘두는 그런 로켓의 태도를 빠르게 알아본다. 자신 역시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두 인물은 겉모습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타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욘두가 로켓에게 던지는 말은 단순한 충고라기보다 자기 고백에 가깝다. 그래서 로켓은 욘두의 마지막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영화 후반부에 라바저들이 욘두를 기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로켓의 표정에는 슬픔과 안도가 함께 들어 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마지막까지 완전히 버려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가모라와 네뷸라, 경쟁 뒤에 감춰진 상처
가모라와 네뷸라의 관계도 영화의 가족이라는 주제를 확장한다. 두 사람은 자매지만 서로를 볼 때마다 무기를 든다. 특히 네뷸라는 늘 가모라를 이기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질투처럼 보이지만, 그 감정의 밑바닥에는 타노스에게 학대받았던 기억이 있다.
네뷸라가 정말 원했던 것은 승리가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경쟁을 멈추고 자신을 이해해 줄 언니였다. 가모라 역시 자신이 살아남는 데 몰두한 나머지 네뷸라가 겪은 고통을 충분히 바라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두 사람이 단번에 다정한 자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상처가 대화 한 번으로 사라진다면 오히려 어색했을 것이다. 대신 영화는 관계를 다시 시작할 가능성을 남겨 둔다. 완전한 화해보다 그 가능성을 선택한다는 점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더 자연스럽게 만든다.
맨티스와 드랙스가 만드는 조금 이상한 위로
새롭게 등장한 맨티스는 타인의 감정을 읽고 직접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에는 서툴다. 드랙스 또한 상대방의 말을 돌려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솔직한 말을 던진다.
둘의 대화는 종종 무례하고 엉뚱해서 웃음을 만든다. 하지만 드랙스가 잃어버린 가족을 떠올릴 때 맨티스가 그의 슬픔을 함께 느끼는 장면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드랙스의 얼굴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맨티스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린다.
그 장면은 슬픔을 이해한다는 것이 반드시 정확한 위로나 멋진 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때로는 상대방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잠시 함께 견뎌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베이비 그루트는 귀여움만 담당하지 않는다
베이비 그루트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 가운데 하나다. 작은 몸으로 춤을 추거나 복잡한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은 영화의 긴장을 풀어 준다. 그러나 그루트의 역할을 단순히 귀여운 마스코트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편에서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그루트는 이제 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전에는 그루트가 모두를 감싸 주었지만, 이번에는 동료들이 작아진 그루트를 돌본다. 가디언즈가 서로를 이용하는 집단이 아니라 하나의 가족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변화다.
마지막 작전에서 중요한 임무가 그루트에게 맡겨지는 것도 흥미롭다. 모두가 불안해하면서도 결국 그를 믿는다. 가족은 누군가를 계속 보호하는 관계인 동시에, 언젠가는 그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관계이기도 하다.
음악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에서도 음악은 배경 장식 이상의 역할을 한다. 피터가 간직한 노래들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지구에서의 어린 시절을 이어 주는 기억이다. 전편의 ‘어썸 믹스 Vol. 1’이 낯선 우주 속에서 피터의 정체성을 지켜 주었다면, 이번 믹스테이프는 관계와 감정을 설명하는 언어로 사용된다.
밝은 노래가 흐르는 동안 인물들은 싸우거나 도망치고, 반대로 잔잔한 음악이 흐를 때 감춰 두었던 진심이 드러난다. 음악과 장면의 감정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영화 특유의 리듬도 살아난다.
특히 결말의 음악은 피터가 뒤늦게 이해한 욘두의 마음과 연결된다. 평범해 보였던 노래가 한 사람과의 기억을 만나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이다. 오래된 노래를 들었을 때 특정한 사람이나 시간이 갑자기 떠오르는 경험과도 닮아 있다.
전편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
- 전편: 서로 다른 인물들이 처음 만나 팀이 되는 과정
- VOL. 2: 이미 만들어진 팀이 갈등을 겪으며 가족으로 변하는 과정
- 전편의 중심: 우주를 위협하는 힘과 인피니티 스톤
- VOL. 2의 중심: 피터의 출생과 각 인물이 품고 있던 가족의 상처
두 번째 영화는 전편보다 줄거리가 여러 갈래로 나뉜다. 피터와 가모라, 드랙스와 맨티스가 에고의 행성에 머무는 동안 로켓과 욘두, 베이비 그루트는 라바저들과 충돌한다. 네뷸라의 이야기도 별도로 진행된다.
이 구조 때문에 중반부의 흐름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농담이 감정적인 장면의 여운을 너무 빨리 끊는 부분도 있다. 전편의 간결한 모험 구조를 좋아했다면 두 번째 영화가 조금 과하다고 느낄 가능성도 있다.
반면 여러 이야기는 결말에서 ‘가족’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인다. 영화가 보여 주는 가족은 혈연으로 자동 완성되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고, 실망한 뒤에도 다시 곁을 선택하는 과정에 가깝다.
화려한 화면 속에 남는 소박한 결론
에고의 행성은 아름답고 거대하다. 피터는 그곳에서 신에 가까운 힘과 영원한 삶을 제안받는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에 선택한 것은 거대한 능력이 아니라 불완전한 동료들이다.
에고는 수많은 세계를 자기 자신으로 채우려 한다. 모든 것이 하나가 되면 외로움도 사라질 것처럼 말하지만, 그가 원하는 하나 됨은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관계가 아니다.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을 지우는 확장일 뿐이다.
반대로 가디언즈는 좀처럼 하나가 되지 않는다. 생각도 성격도 다르고 매번 다툰다. 그런데도 위험한 순간에는 서로를 구하기 위해 돌아온다. 이 영화가 말하는 가족은 완벽하게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다름과 불편함을 견디면서도 끝내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자주 묻는 질문
전편을 먼저 보는 편이 좋다. 팀이 만들어진 과정과 피터, 가모라, 로켓, 욘두의 관계를 알고 보면 두 번째 작품의 감정선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 속 에고는 셀레스티얼로 소개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을 중심으로 행성과 인간 형태의 육체를 만들었으며, 우주 전체로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친아버지는 에고다. 그러나 피터를 직접 키우고 마지막까지 지킨 사람은 욘두다. 영화는 이 차이를 통해 혈연과 가족이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 후속 이야기와 새로운 인물, 성장한 그루트 등을 암시하는 여러 개의 추가 장면이 이어진다. 다음 작품과 연결되는 내용도 있으므로 끝까지 보는 편이 좋다.
가장 중심적인 주제는 가족이다. 자신을 낳은 사람과 자신을 길러 준 사람의 차이, 상처 때문에 타인을 밀어내는 행동, 불완전한 관계를 다시 선택하는 과정을 여러 인물을 통해 보여 준다.
마무리하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전편보다 더 화려하고 더 시끄럽다. 농담의 양도 많고 화면을 채우는 색도 강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볍게 즐기는 우주 액션 영화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마지막에 남는 감정은 의외로 조용하다. 피터는 평생 찾았던 친아버지를 만났지만, 그제야 이미 자신에게 아버지 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로켓은 계속 동료들을 밀어냈지만 결국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을 인정한다. 가모라와 네뷸라는 서로를 미워한 시간 뒤에서 같은 상처를 발견한다.
이 영화에서 가족은 처음부터 주어진 답이 아니다. 실수하고 다투면서도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조금씩 만들어 가는 관계다.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것은 누군가의 곁에 남는다는 아주 인간적인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