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블랙 위도우, 만들어진 가족이 진짜 가족이 되기까지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 로마노프의 강한 전투 능력보다 그가 오랫동안 외면했던 과거에 집중한다. 나타샤는 레드룸에서 탈출해 어벤져스라는 새로운 가족을 얻었지만, 자신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옐레나를 뒤에 남겨 두었다. 영화는 나타샤가 과거의 죄책감과 다시 마주하고, 임무를 위해 만들어졌던 가짜 가족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 준다.
  • 작품명: 블랙 위도우
  • 원제: Black Widow
  • 공개 연도: 2021년
  • 감독: 케이트 쇼틀랜드
  • 장르: 슈퍼히어로, 첩보, 액션, 모험
  • 상영시간: 2시간 13분
  • MCU 시간적 배경: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후
  • 주요 출연: 스칼릿 조핸슨, 플로렌스 퓨, 데이비드 하버, 레이철 바이스, 레이 윈스턴, 올가 쿠릴렌코
주의: 이 글에는 태스크마스터의 정체와 레드룸의 위치, 나타샤의 과거 및 엔딩 크레디트 이후 장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평범해 보였던 오하이오의 가족

영화는 1995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시작한다. 어린 나타샤와 옐레나는 부모인 알렉세이, 멜리나와 함께 평범한 가정처럼 살아간다. 자전거를 타고 마당에서 놀며 함께 저녁을 먹는 모습만 보면 다른 가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은 러시아의 비밀 임무였다. 알렉세이와 멜리나는 미국 연구 시설에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 부부로 위장했고, 나타샤와 옐레나는 가족을 완성하기 위한 아이들 역할을 맡았다.

정체가 발각되자 이들은 경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탈출한다. 알렉세이는 추격을 막고 멜리나는 총상을 입지만 가까스로 쿠바에 도착한다. 어린 옐레나는 다시 함께 살 수 있다고 믿지만, 드레이코프는 나타샤와 옐레나를 레드룸으로 데려간다.

나타샤는 가족생활이 임무를 위한 연기였다는 사실을 이미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반면 더 어렸던 옐레나에게 오하이오에서 보낸 3년은 실제 가족과 함께한 유일한 기억이었다.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두 사람이 기억하는 의미는 달랐다. 나타샤에게는 위험한 임무였고, 옐레나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집이었다. 이 차이가 훗날 두 사람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시빌 워 이후 홀로 남은 나타샤

현재 시점의 나타샤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티브 로저스와 버키의 탈출을 도운 뒤 정부의 추적을 받고 있다. 어벤져스는 서로 다른 선택으로 흩어졌고, 나타샤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노르웨이의 외딴 지역에 숨어 지낸다. 필요한 물건을 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조용히 생활하려 하지만, 오래전 어벤져스에 합류하기 전의 고립된 삶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이때 옐레나가 보낸 물건 속에서 붉은색 약품이 발견된다. 나타샤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태스크마스터가 약품을 빼앗기 위해 그를 공격한다.

나타샤는 자신이 정부의 추적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공격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사건은 이미 끝났다고 믿었던 레드룸과 연결되어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던 과거가 직접 나타샤를 다시 찾아온 것이다.

옐레나 벨로바와 붉은 해독제

옐레나는 나타샤와 마찬가지로 레드룸에서 훈련받은 위도우다. 하지만 나타샤가 활동하던 시절보다 레드룸의 통제 기술은 더욱 발전했다.

과거의 위도우들은 심리적인 세뇌와 폭력적인 훈련을 받았다. 새로운 세대의 위도우들은 화학 물질을 통해 의지와 행동을 직접 통제당한다. 명령을 거부하고 싶어도 자신의 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옐레나 역시 드레이코프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던 중 한 위도우가 붉은 약품을 옐레나에게 사용하면서 화학적 통제가 풀린다. 자유를 되찾은 옐레나는 다른 위도우들도 해방하기 위해 남은 해독제를 나타샤에게 보낸다.

두 사람은 부다페스트의 은신처에서 다시 만난다. 오랜만의 재회이지만 반가운 인사보다 격렬한 몸싸움이 먼저 시작된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감정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레드룸의 추격을 피하는 과정에서 다시 협력한다. 나타샤는 옐레나를 어린 동생처럼 생각하면서도 그가 겪은 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옐레나는 언니가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상처받아 있었다.

옐레나에게 가족은 진짜였다

나타샤는 오하이오에서의 생활이 실제 가족이 아니라 임무를 위한 위장이었다고 말한다. 알렉세이와 멜리나 역시 친부모가 아니었고, 자신과 옐레나에게 혈연관계도 없다.

그러나 옐레나는 그 시간이 자신의 삶에서 유일하게 행복했던 기억이라고 말한다. 임무를 위해 모였다는 사실이 그 안에서 느낀 감정까지 가짜로 만들지는 않는다.

이 대화는 영화의 가족이라는 주제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가족을 이루는 조건이 혈연이나 공식적인 관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한 시간이 짧고 시작이 거짓이었다고 해도, 그 안에서 만들어진 애정과 기억은 진짜일 수 있다.

나타샤는 어벤져스를 자신의 가족이라고 부른다. 어벤져스 역시 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를 믿고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결국 나타샤가 옐레나의 감정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이 어벤져스에게 느끼는 감정까지 부정하는 일이 된다.

관계의 시작이 거짓이었다고 해서 그 안에서 느낀 모든 마음까지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다.

레드 가디언 알렉세이의 허세

나타샤와 옐레나는 레드룸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과거 아버지 역할을 했던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를 찾는다. 그는 러시아가 만든 슈퍼 솔저이자 레드 가디언으로, 캡틴 아메리카에 대응하는 상징적인 전사였다.

그러나 현재의 알렉세이는 러시아의 교도소에 갇혀 있다. 그는 다른 죄수들에게 자신이 캡틴 아메리카와 싸웠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며 과거의 명성에 집착한다.

나타샤와 옐레나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알렉세이를 탈출시킨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보다 자신의 영웅적인 과거를 자랑한다.

특히 옐레나는 알렉세이가 오하이오 생활을 단순한 성공적인 임무로 기억한다는 사실에 상처받는다. 자신에게는 가족과 헤어진 인생의 비극이었지만, 알렉세이에게는 자랑할 만한 경력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알렉세이는 완벽한 아버지가 아니다. 무책임하고 허세가 많으며 아이들이 레드룸으로 끌려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두 딸이 자신에게 단순한 임무 대상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한다.

멜리나와 레드룸의 연구

멜리나는 나타샤와 옐레나의 어머니 역할을 했던 인물이자 레드룸의 과학자다. 그는 동물의 행동을 화학적으로 통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나타샤 일행이 멜리나의 농장에 도착하면서 오랜만에 가족 네 명이 한 식탁에 모인다. 하지만 따뜻한 재회보다 서로의 상처와 불만이 먼저 드러난다.

옐레나는 오하이오 시절 입었던 조끼를 떠올리고, 자신이 처음으로 직접 산 물건을 자랑한다. 나타샤는 그 조끼가 불필요한 주머니로 가득하다며 농담하지만, 옐레나에게는 자신의 선택으로 산 첫 물건이라는 의미가 있다.

멜리나는 레드룸의 화학적 통제 기술에 자신의 연구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조직의 명령을 따르며 생존했지만, 그 결과 수많은 여성이 자유를 빼앗겼다.

처음에는 나타샤 일행을 드레이코프에게 넘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타샤와 미리 계획을 세운다. 두 사람은 얼굴을 바꾸는 기술을 이용해 서로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레드룸에 침투한다.

드레이코프가 만든 공중의 감옥

나타샤는 과거 드레이코프를 죽였다고 믿었다. 쉴드로 전향하기 위한 마지막 임무에서 클린트 바튼과 함께 부다페스트의 건물을 폭파했고, 그 과정에서 드레이코프와 그의 어린 딸까지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드레이코프는 살아 있었다. 그는 레드룸을 하늘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시설로 옮기고 전 세계의 위도우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레드룸이 공중에 있다는 설정은 조직의 성격을 보여 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각국의 정치와 사회에 침투할 요원을 키우며, 아무도 그 존재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게 한다.

드레이코프는 위도우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는 자원으로 취급한다. 가족에게 버림받거나 인신매매된 소녀들을 데려와 훈련시키고, 사용할 수 없는 아이들은 제거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어린 위도우들의 모습은 레드룸이 단순한 암살 조직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선택을 빼앗는 구조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태스크마스터의 진짜 정체

태스크마스터는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대로 복제하는 능력을 가진 전사다.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기술, 블랙 팬서의 움직임, 호크아이의 활, 블랙 위도우의 전투 방식까지 여러 영웅의 기술을 사용한다.

가면 아래의 정체는 드레이코프의 딸 안토니아다. 나타샤가 과거 건물을 폭파할 때 희생시켰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살아남아 태스크마스터가 된 것이다.

안토니아는 폭발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드레이코프는 딸을 치료하는 대신 통제 가능한 무기로 만들었다. 뇌에 장치를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입력해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게 했다.

나타샤는 쉴드로 전향하기 위해 드레이코프를 제거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어린 안토니아의 생명을 희생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레드룸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 역시 다른 사람의 선택권을 빼앗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안토니아의 존재는 나타샤가 말해 온 ‘붉은 장부’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나타샤는 세상을 구한 어벤져스지만, 과거의 잘못이 영웅적인 행동만으로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드레이코프를 공격할 수 없었던 이유

나타샤가 드레이코프와 단둘이 마주했을 때 그는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드레이코프는 위도우들이 자신의 냄새를 맡으면 공격할 수 없도록 페로몬 차단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이 설정은 드레이코프가 직접 싸울 능력은 없으면서도 통제 시스템 뒤에 숨어 권력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는 위도우들이 자신을 해치지 못하도록 신체적인 반응까지 조작한다.

멜리나는 후각 신경을 차단하면 페로몬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알려 준다. 나타샤는 드레이코프가 자신의 얼굴을 때리도록 유도하지만 충분한 충격을 얻지 못한다.

결국 나타샤는 책상에 자신의 얼굴을 직접 부딪쳐 코뼈를 부러뜨린다. 후각 신경을 차단한 뒤에야 드레이코프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이 장면은 나타샤의 강인함을 보여 주지만 동시에 레드룸의 통제가 얼마나 깊은지를 드러낸다. 자유를 되찾기 위해 자기 몸에 직접 상처를 내야 할 정도로 위도우들의 선택은 철저하게 빼앗겨 있었다.

다른 위도우들을 해방한 옐레나

옐레나는 레드룸에 보관된 해독제를 이용해 통제받던 위도우들을 해방하려 한다. 하지만 드레이코프는 전 세계의 위도우들에게 나타샤와 옐레나를 공격하라고 명령한다.

나타샤는 수많은 위도우와 싸우면서도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이 자신의 의지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옐레나가 해독제를 터뜨리자 붉은 물질이 퍼지고 위도우들의 화학적 통제가 풀린다. 정신을 되찾은 이들은 더 이상 드레이코프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나타샤 한 사람이 모든 위도우를 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자유를 얻은 위도우가 옐레나에게 해독제를 전달했고, 옐레나는 나타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후 해방된 위도우들이 남은 해독제를 전 세계에 전달한다.

자유를 되찾은 사람이 다음 사람을 해방하는 연결이 만들어진다. 레드룸이 통제를 퍼뜨리는 조직이었다면 해독제는 자유가 퍼지는 과정을 상징한다.

옐레나의 조끼가 나타샤에게 남긴 의미

옐레나는 여러 개의 주머니가 달린 조끼를 자랑한다. 세뇌에서 풀려난 뒤 자신의 돈으로 직접 산 첫 번째 옷이기 때문이다.

나타샤는 처음에는 조끼의 디자인을 놀린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에는 옐레나가 조끼를 나타샤에게 건네고, 나타샤는 이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실제로 그 조끼를 입고 등장한다.

작은 의상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물건이다. 나타샤는 어벤져스 동료들을 만나러 떠나면서도 옐레나의 흔적을 몸에 지니고 간다.

옐레나가 자유를 얻은 뒤 처음으로 선택한 물건이 나타샤에게 전달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레드룸이 모든 선택을 빼앗았던 인물에게 이 조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고를 수 있게 됐다는 증거다.

가짜 가족이 진짜가 된 순간

나타샤와 옐레나, 알렉세이, 멜리나는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이 아니다. 오하이오에서 함께 살았던 시간도 러시아의 임무 때문에 만들어진 관계였다.

하지만 이들은 레드룸을 파괴하기 위해 다시 모인다. 알렉세이는 두 딸을 보호하려 하고, 멜리나는 자신이 참여했던 통제 연구를 무너뜨리는 데 협력한다. 나타샤와 옐레나는 서로를 자매로 받아들인다.

가족이 되기 위해 처음부터 완벽한 관계일 필요는 없다. 이들은 서로를 버렸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으며, 각자의 선택으로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럼에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상대방을 선택한다. 임무 때문에 만들어졌던 관계가 임무가 끝난 뒤에도 이어질 때 비로소 진짜 가족이 된다.

  • 나타샤: 과거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신이 남긴 피해와 마주한다.
  • 옐레나: 다른 위도우들이 자신처럼 자유를 되찾도록 돕는다.
  • 알렉세이: 허세를 내려놓고 두 딸에 대한 감정을 인정한다.
  • 멜리나: 자신이 참여한 통제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데 협력한다.
  • 가족의 변화: 명령으로 만들어진 관계가 서로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관계가 된다.

나타샤는 왜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나타샤의 삶에는 안정적인 가족이 거의 없었다. 어린 시절의 오하이오 가족은 임무가 끝나면서 해체됐고, 이후에는 레드룸에서 암살자로 훈련받았다.

쉴드로 전향한 뒤에는 클린트와 관계를 맺었고, 어벤져스에 합류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사람들을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나타샤가 어벤져스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블랙 위도우》의 사건을 겪은 뒤 나타샤는 만들어진 가족도 진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혈연이 없더라도 서로를 선택하고 지키는 관계는 가족이 될 수 있다.

영화 마지막에 나타샤가 흩어진 어벤져스 동료들을 다시 만나러 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더 이상 혼자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라 깨진 가족을 다시 연결하려는 사람이 된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으로 이어지는 결말

레드룸이 무너진 뒤 나타샤는 옐레나와 알렉세이, 멜리나를 먼저 떠나보낸다. 태디어스 로스와 정부 병력이 다가오지만 나타샤는 혼자 남아 상황을 정리한다.

2주 뒤 나타샤는 금발 머리와 옐레나의 조끼를 입은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그는 릭 메이슨에게 퀸젯을 받은 뒤 감옥에 갇힌 어벤져스 동료들을 구하러 떠난다.

이 장면은 나타샤가 《인피니티 워》에서 스티브 로저스, 샘 윌슨과 함께 행동하게 된 과정으로 이어진다. 《시빌 워》 이후 흩어진 가족을 다시 모으려는 선택이다.

엔딩 크레디트 이후에는 《엔드게임》 이후의 시간이 등장한다. 옐레나는 나타샤의 무덤을 찾아가 두 사람만의 휘파람을 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때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이 나타나 나타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며 클린트 바튼의 사진을 보여 준다. 이 장면은 이후 드라마 《호크아이》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블랙 위도우의 액션

나타샤는 초인적인 힘이나 강철 슈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 훈련된 전투 기술과 판단력, 장비를 이용해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운다.

영화 초반 태스크마스터와의 다리 전투에서는 두 인물이 서로의 움직임을 읽으며 싸운다. 태스크마스터가 나타샤의 기술을 그대로 복제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만으로는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나타샤와 옐레나의 부다페스트 추격전은 첩보 액션의 분위기를 보여 준다. 좁은 건물과 거리, 지하철을 이동하며 추격을 피하고 상대의 위치를 파악한다.

후반부에는 공중에서 무너지는 레드룸을 배경으로 대규모 액션이 펼쳐진다. 나타샤는 낙하 중인 옐레나를 구하고, 태스크마스터와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다만 영화 초반의 현실적인 첩보 액션에 비해 후반부의 공중 장면은 규모가 갑자기 커진다. 초능력이 없는 인물들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싸우는 장면이 많아 현실감이 줄어들기도 한다.

뒤늦게 나온 단독 영화의 의미

블랙 위도우는 2010년 《아이언맨 2》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여러 어벤져스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자신의 과거를 중심으로 한 단독 영화는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단독 영화가 공개된 시점에는 이미 《엔드게임》에서 나타샤가 죽은 뒤였다. 따라서 관객은 처음부터 그가 이후 어떤 결말을 맞는지 알고 영화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레드룸과의 싸움에서 나타샤가 살아남을지에 대한 긴장감은 크지 않다. 반면 《엔드게임》에서 그가 가족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나타샤는 레드룸을 파괴하고 옐레나와 다른 위도우들에게 자유를 돌려준다. 과거 자신만 탈출했던 선택을 넘어, 이번에는 남겨진 사람들까지 함께 데리고 나온다.

이 과정을 본 뒤에는 보르미르에서 나타샤가 클린트와 그의 가족을 위해 희생한 선택도 다르게 보인다. 그는 평생 가족을 잃고 다시 만드는 일을 반복했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얻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태스크마스터는 여러 영웅의 전투 기술을 복제하는 흥미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안토니아의 정체가 드러난 뒤에도 대사가 거의 없다. 나타샤와 안토니아 사이의 감정적인 대화가 부족해 갈등이 빠르게 끝난다.

드레이코프는 위도우들을 통제하는 잔혹한 인물이지만, 악당으로서의 성격은 비교적 단순하다. 여성들을 이용해 세계를 통제하려는 목적 외에 개인적인 신념이나 복잡한 면은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초반에는 도망자 신분의 나타샤를 중심으로 첩보 영화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지만 후반에는 거대한 공중 기지가 무너지는 전형적인 MCU 액션으로 변한다. 두 분위기의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나타샤의 단독 영화가 《엔드게임》 이전에 공개됐다면 그의 희생이 더 큰 감정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과거와 가족 이야기를 주인공의 죽음 이후에야 보여 줬다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나타샤와 옐레나의 자매 관계, 가족이라는 주제, 레드룸을 하나의 구조적인 폭력으로 묘사한 부분은 작품의 분명한 장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블랙 위도우는 MCU 시간대에서 언제 일어난 이야기인가?

주요 사건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직후에 벌어진다. 나타샤가 소코비아 협정을 위반한 뒤 정부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던 시기이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전이다.

Q2. 나타샤와 옐레나는 친자매인가?

혈연관계는 아니다. 러시아의 미국 잠입 임무를 위해 만들어진 가족 안에서 약 3년 동안 자매로 함께 살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 만난 뒤 서로를 진짜 자매로 받아들인다.

Q3. 태스크마스터의 정체는 누구인가?

드레이코프의 딸 안토니아다. 나타샤가 부다페스트에서 일으킨 폭발로 크게 다친 뒤 드레이코프에 의해 통제 가능한 전사로 개조됐다.

Q4. 붉은 약품은 어떤 역할을 하나?

레드룸이 위도우들에게 사용한 화학적 정신 통제를 해제한다. 옐레나는 이 약품으로 자유를 되찾고, 다른 위도우들을 해방하기 위해 나타샤에게 남은 약품을 보낸다.

Q5. 영화가 끝난 뒤 추가 영상이 있는가?

한 개의 추가 장면이 있다. 《엔드게임》 이후 옐레나가 나타샤의 무덤을 찾고, 발렌티나가 나타나 클린트 바튼을 나타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지목한다.

마무리하며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가 새로운 능력을 얻거나 처음 영웅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어벤져스로 살아온 그가 과거 자신이 남겨 두고 온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다.

나타샤는 레드룸에서 탈출했지만 옐레나와 다른 위도우들은 그곳에 남아 있었다. 쉴드에 들어가기 위해 드레이코프를 제거하는 과정에서는 어린 안토니아의 희생까지 받아들였다. 영웅이 된 뒤에도 그 선택의 결과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대신 아직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레드룸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나타샤가 자신의 붉은 장부를 조금씩 지워 가는 방식이다.

오하이오의 가족은 거짓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옐레나를 구하고, 알렉세이와 멜리나를 다시 선택하며, 함께 레드룸을 무너뜨린 순간 그 관계는 더 이상 단순한 임무가 아니게 된다.

가족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주어지는 관계가 아닐 수 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더라도 다시 돌아와 곁에 남기로 선택할 때 가족이 될 수 있다.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가 마지막 희생에 이르기 전, 그 선택의 의미를 배워 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