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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모두에게 잊히는 선택으로 완성된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세 명의 스파이더맨과 과거 시리즈의 빌런들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오랫동안 스파이더맨 영화를 봐온 관객에게는 반가운 재회의 순간이 가득하고, 각 시리즈에서 마무리되지 못했던 감정까지 다시 꺼내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과거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가 자신이 내린 선택에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잊히는 대가까지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홀로 서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작품명: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원제: Spider-Man: No Way Home
  • 감독: 존 왓츠
  • 주요 출연: 톰 홀랜드, 젠데이아,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이컵 배덜런
  • 장르: 슈퍼히어로, 액션, 모험, 판타지
  • 상영시간: 148분
  • 개봉: 2021년
주의: 이 글에는 등장인물과 주요 반전, 결말 및 쿠키 영상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정체가 공개된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마지막에서 미스테리오는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공개한다. 동시에 자신의 죽음이 스파이더맨 때문에 벌어진 것처럼 조작된 영상을 남긴다.

이전까지 피터에게 스파이더맨 활동은 힘들지만 숨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삶이었다. 가면을 쓰면 평범한 학생 피터 파커와 뉴욕을 구하는 스파이더맨을 어느 정도 분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체가 알려지면서 그 경계는 완전히 사라진다.

학교와 집 앞에는 기자와 구경꾼이 몰려들고, 피터가 움직이는 곳마다 휴대전화 카메라가 따라다닌다. 여론은 피터를 영웅으로 믿는 사람과 살인자라고 비난하는 사람으로 갈라진다. MJ와 네드, 메이 숙모까지 그의 정체 때문에 조사를 받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피터 자신이 비난받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함께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특히 피터와 같은 대학에 지원한 MJ와 네드가 MIT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서 그는 자신 때문에 친구들의 미래까지 망가졌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너무 쉽게 해결하려 했던 피터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잊도록 해 달라고 부탁한다. 시간을 되돌려 달라는 요청은 거절당하지만, 스트레인지는 기억을 지우는 주문을 사용하기로 한다.

주문이 시작된 뒤 피터는 MJ와 네드, 메이 숙모만큼은 자신을 기억하게 해 달라고 계속 조건을 바꾼다. 주문은 불안정해지고, 스트레인지는 가까스로 주문을 봉인한다. 하지만 이미 다른 우주의 문이 열리면서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아는 존재들이 넘어오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피터의 미숙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MIT 관계자에게 직접 사정을 설명해 보지도 않은 채 마법으로 상황을 되돌리려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는 얻고 싶지만, 그 결과를 위해 필요한 과정과 책임은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먼저 대학 측에 이의를 제기해 봤느냐고 묻자 피터는 그제야 다른 방법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피터가 악의적으로 행동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너무 앞서서 가장 간단해 보이는 해결책부터 선택했다.

다른 우주에서 넘어온 빌런들

주문의 영향으로 닥터 옥토퍼스, 그린 고블린, 일렉트로, 샌드맨, 리저드가 MCU 세계로 넘어온다. 이들은 모두 과거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각자의 피터 파커와 싸웠던 인물들이다.

닥터 옥토퍼스

핵융합 실험 사고 이후 기계팔의 인공지능에 지배당한 오토 옥타비우스다. 처음에는 톰 홀랜드의 피터를 자신이 알던 피터로 착각하지만, 나노 기술이 기계팔에 흡수되면서 오히려 피터가 그의 움직임을 통제하게 된다.

그린 고블린

노먼 오스본과 파괴적인 또 다른 인격인 그린 고블린이 한 몸에 존재한다. 노먼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움을 원하지만, 고블린은 피터의 선의를 약점으로 여기며 가장 큰 비극을 만들어낸다.

일렉트로

전기 에너지를 흡수하는 맥스 딜런이다. 새로운 세계의 에너지를 통해 이전보다 안정적이고 강력한 몸을 얻으며, 다시 평범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치료를 거부한다.

샌드맨과 리저드

샌드맨은 처음에는 피터가 일렉트로를 막는 일을 돕지만 딸이 있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리저드는 인간을 더 강한 종족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을 버리지 않은 채 다른 인물들과 함께 갇히게 된다.

그들을 돌려보내면 죽게 된다는 사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다른 우주에서 넘어온 이들을 원래 세계로 즉시 돌려보내려고 한다. 멀티버스의 질서를 회복하려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피터는 이들 대부분이 스파이더맨과 싸우다 죽기 직전의 순간에서 넘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대로 돌려보내는 것은 사실상 죽음으로 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피터는 이들의 운명을 바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트레인지의 관점에서 이들은 다른 우주에 속한 존재이며 정해진 운명을 함부로 바꾸는 일은 위험하다. 반면 피터에게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치료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세계에서 어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도움을 줄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에서 피터는 처음으로 단순한 문제 해결보다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마법 상자를 누르면 사건을 끝낼 수 있지만, 그는 직접 빌런들을 치료한 뒤 돌려보내려고 한다. 자신의 선택이 더 큰 위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책임지겠다고 나선다.

메이 숙모가 믿었던 두 번째 기회

빌런들을 치료하자는 생각에는 메이 숙모의 영향이 크다. 피터가 노먼 오스본을 처음 발견한 장소도 메이가 일하는 구호시설이다. 메이는 초능력을 가진 위협적인 인물보다 도움을 구하는 불안한 사람을 먼저 본다.

피터는 처음에 빌런들을 원래 세계로 보내는 것이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메이는 이들을 치료할 능력이 있는 피터가 외면한다면 누가 도울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위험을 제거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힘으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메이의 태도는 이 영화에서 피터의 도덕적인 기준이 된다. 토니 스타크가 피터에게 기술과 영웅의 세계를 보여줬다면, 메이는 그 힘을 어떤 마음으로 사용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 사람이다.

고블린이 무너뜨린 피터의 믿음

피터는 해피의 아파트에서 빌런들을 한 명씩 치료하려 한다. 닥터 옥토퍼스의 억제 칩을 고쳐 기계팔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성공하면서 계획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희망도 생긴다.

그러나 스파이더 센스가 위험을 감지하고, 노먼 오스본의 몸을 다시 차지한 그린 고블린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블린은 다른 빌런들을 선동하고 피터와 격렬하게 싸운다. 이 과정에서 메이 숙모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메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피터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를 전한 뒤 피터의 곁에서 세상을 떠난다. 이 사건을 통해 톰 홀랜드의 피터 역시 다른 스파이더맨들이 겪었던 상실과 마주한다.

이전까지 피터의 곁에는 메이와 네드, MJ, 해피 그리고 어벤져스의 동료들이 있었다. 실수하더라도 도와줄 사람이 있었고 첨단 슈트와 장비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메이의 죽음 이후 그는 자신이 내린 선택이 얼마나 큰 대가를 만들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한다.

피터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선한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운다. 선한 선택에도 고통스러운 결과가 따를 수 있으며, 영웅은 그 결과까지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세 명의 피터 파커가 만나는 순간

피터가 사라진 뒤 네드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슬링 링을 이용해 친구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열린 포털에서 나타난 사람은 자신들이 알던 피터가 아니다. 먼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세계의 피터가 등장하고, 이어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세계에서 온 피터까지 나타난다.

두 사람의 등장은 단순한 깜짝 출연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그 상실 이후 어떤 선택을 했는지 톰 홀랜드의 피터에게 들려준다.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는 벤 삼촌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려 했지만 분노를 쏟아낸다고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는 그웬을 구하지 못한 뒤 자신이 점점 분노에 사로잡혔다고 고백한다.

두 사람은 메이를 잃고 고블린을 죽이려는 피터에게 복수의 끝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슬픔을 없애 주거나 메이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으로서 피터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붙잡아 준다.

각 스파이더맨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

가장 나이가 많은 피터는 두 사람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 준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앞에 나서기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젊은 피터들이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차분하게 이끈다.

그는 닥터 옥토퍼스와 재회해 이전 영화의 마지막 이후 자신이 잘 지냈다는 사실을 전한다. 과거 적으로 만났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싸우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짧은 장면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두 인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자유의 여신상에서 추락하는 MJ를 구하는 장면이다. 그는 과거 시계탑에서 떨어진 그웬을 구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거미줄에만 의지하지 않고 직접 몸을 던져 MJ를 안전하게 받아낸다.

MJ를 구한 뒤 그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슬픔이 동시에 나타난다. 그웬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과거에 하지 못했던 일을 이번에는 해냈다. 팬서비스이면서 동시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끝맺지 못했던 상처를 보듬는 장면이었다.

톰 홀랜드의 피터

톰 홀랜드의 피터는 두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만 이런 고통을 겪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파이더맨으로 살아가는 과정에는 언제나 상실과 책임이 따라왔지만, 앞선 피터들은 그 고통을 겪고도 계속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

선배 스파이더맨들은 피터 대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치료제를 완성하고 빌런들과 싸우는 일을 함께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결국 이 세계의 피터가 직접 내리도록 한다.

팬서비스를 이야기의 일부로 만든 방법

과거 시리즈의 배우가 다시 등장하면 영화가 추억에만 의존하기 쉽다. 그러나 〈노 웨이 홈〉은 각 인물의 과거를 현재 사건과 연결한다.

닥터 옥토퍼스는 치료를 통해 다시 자신의 정신을 되찾고, 일렉트로는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와 대화하며 자신을 초라하게 여겼던 마음을 드러낸다.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는 고블린을 죽이려는 톰 홀랜드의 피터를 막으며 자신이 배운 용서의 의미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특히 세 명의 피터가 서로의 거미줄과 능력, 경험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하다. 이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았지만 비슷한 외로움과 책임을 경험했다. 그래서 처음 만났음에도 서로를 빠르게 이해한다.

세 스파이더맨의 만남은 누가 더 강한지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대의 피터 파커가 각자의 실패와 상처를 가지고 만나, 이번에는 조금 더 나은 결말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치는 자리다.

복수하려는 피터를 막아선 또 다른 피터

최종 전투에서 톰 홀랜드의 피터는 메이를 죽인 고블린을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 방패를 들어 고블린을 죽이려는 순간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가 앞을 가로막는다.

두 사람 사이에 긴 대화는 없다. 하지만 토비의 피터는 복수에 성공해도 상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다. 그는 자신이 걸었던 길을 또 다른 피터가 반복하지 않도록 온몸으로 막는다.

톰 홀랜드의 피터는 결국 무기를 내려놓고 노먼에게 치료제를 투여한다. 메이의 죽음을 잊거나 용서했다는 뜻은 아니다. 고블린을 죽이지 않음으로써 메이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선택을 지킨 것이다.

모두에게 잊히는 마지막 주문

전투 중 주문을 가둬 두었던 상자가 파괴되면서 멀티버스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아는 수많은 존재가 MCU 세계로 넘어오려 한다.

피터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두가 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정체만 지우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피터 파커라는 사람 자체가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주문을 부탁한다.

이 선택은 영화 초반의 주문과 정반대다. 처음에는 자신의 생활을 되찾으면서도 MJ와 네드, 메이에게는 기억되고 싶었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모두 포기하면서 세계를 지킨다.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남겨달라고 주문을 방해했던 소년이 마지막에는 어떤 예외도 요구하지 않는다. 피터가 겪은 고통이 크지만, 그만큼 그의 성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MJ와 네드에게 자신을 알리지 않은 이유

주문이 실행되기 전 피터는 MJ와 네드를 찾아가 모든 일을 설명하겠다고 약속한다. 이후 그는 두 사람을 찾아 카페에 방문하고 미리 준비한 설명을 꺼내려 한다.

하지만 피터는 자신이 없는 삶에서 두 사람이 비교적 평온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다. MJ의 상처를 발견한 그는 자신과 다시 가까워지면 두 사람을 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준비했던 말을 꺼내지 못하고 돌아선다.

이 선택이 완전히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MJ와 네드는 기억을 잃기 전 피터가 반드시 다시 찾아오기를 원했다. 피터가 두 사람의 의사를 묻지 않고 혼자 관계를 포기했다는 점에서는 또 다른 일방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피터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어떤 일을 겪을 수 있는지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배웠다. 자신이 외로운 편이 두 사람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화려한 슈트를 벗고 시작하는 진짜 홀로서기

영화의 마지막에서 피터는 혼자 작은 방을 구한다. GED 시험을 준비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직접 천을 재봉해 고전적인 빨간색과 파란색 스파이더맨 슈트를 만든다.

이제 피터에게는 토니 스타크가 만들어 준 첨단 장비도, 문제를 함께 해결해 줄 어벤져스도 없다. 해피조차 피터를 기억하지 못하고, 친구와 가족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순간 피터는 가장 전통적인 스파이더맨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생활비와 학업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거리의 영웅으로 활동한다.

홈커밍 시리즈의 피터가 계속 어벤져스와 토니 스타크의 세계 안에서 성장했다면, 노 웨이 홈의 결말은 그가 그 보호망을 벗어나 독립적인 영웅이 되는 출발점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눈여겨볼 부분
  • 정체가 공개된 피터가 겪는 현실적인 혼란
  • 빌런을 제거하는 대신 치료하려는 선택
  • 메이 숙모가 피터에게 남긴 책임의 의미
  • 세 명의 스파이더맨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
  •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달라지는 피터의 선택
  •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씁쓸한 결말

완벽하지만은 않았던 멀티버스 이야기

과거 작품의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일부 관객에게는 이야기가 팬서비스에 크게 의존한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전 스파이더맨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면 빌런들의 배경과 세 피터의 대화가 주는 감동도 줄어든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위험한 주문을 비교적 쉽게 시작한다는 점이나, 피터와 스트레인지가 충분한 대화 없이 대립한다는 부분도 다소 억지스럽게 보일 수 있다. 주문의 구체적인 규칙 역시 영화의 필요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샌드맨과 리저드는 다른 빌런에 비해 개인적인 이야기가 부족하다. 특히 노먼 오스본과 닥터 옥토퍼스에게 서사의 비중이 집중되면서 나머지 빌런들은 최종 전투를 구성하기 위한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과거의 인물들을 단순히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현재 피터의 성장과 연결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추억을 불러오는 장면과 한 편의 영화로서 필요한 감정적인 흐름이 비교적 잘 맞물린다.

베놈이 등장하는 첫 번째 쿠키 영상

첫 번째 쿠키 영상에서는 다른 우주에서 넘어온 에디 브록과 베놈이 술집에 앉아 어벤져스와 타노스, 헐크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에디는 직접 스파이더맨을 찾아가 보겠다고 말하지만 주문이 완성되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검은 심비오트의 작은 조각이 남는다. 에디와 베놈은 돌아갔지만 심비오트의 일부가 MCU 세계에 남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새로운 베놈이나 검은 슈트 이야기가 등장할 가능성을 열어 둔 장면이다.

두 번째 쿠키 영상의 내용

최초 극장 개봉판의 엔딩 크레디트 뒤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예고하는 영상이 등장한다. 노 웨이 홈을 통해 본격적으로 열린 멀티버스 이야기가 닥터 스트레인지의 다음 작품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였다.

다만 확장판 등 관람하는 버전에 따라 크레디트 영상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핵심적으로 본편의 향후 이야기와 직접 연결되는 장면은 MCU 세계에 남겨진 심비오트 조각이라고 볼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노 웨이 홈을 보기 전에 어떤 영화를 봐야 하나?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먼저 보는 것이 좋다. 여기에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3부작과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까지 보면 등장인물의 관계와 장면의 의미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다.

Q2. 세 명의 스파이더맨은 같은 인물인가?

모두 피터 파커이자 스파이더맨이지만 서로 다른 우주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각자의 경험과 성격, 능력에는 차이가 있으며 노 웨이 홈에서 멀티버스를 통해 만나게 된다.

Q3. 마지막에 모두가 스파이더맨도 잊은 것인가?

사람들이 잊은 대상은 피터 파커다. 스파이더맨의 존재와 그가 했던 활동은 기억하지만, 가면 속 인물이 피터라는 사실과 피터와 함께했던 개인적인 기억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Q4. 닥터 옥토퍼스와 다른 빌런들은 살아난 것인가?

피터들은 빌런들의 능력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치료한 뒤 원래 세계로 돌려보낸다. 이 치료가 각자의 세계에서 죽음을 완전히 막았는지는 영화에서 직접 보여주지 않지만,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Q5. 쿠키 영상은 몇 개인가?

최초 극장 개봉판 기준으로 두 개의 크레디트 영상이 있다. 첫 번째는 에디 브록과 베놈, 두 번째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다음 이야기를 예고한다. 다만 확장판 등 영화의 버전에 따라 마지막 영상이 달라질 수 있다.

마무리하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세 시대의 스파이더맨이 한 화면에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한 영화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을 다시 만나는 장면은 이전 작품을 봐온 관객에게 반가움 이상의 감정을 전한다.

그러나 영화의 중심에는 끝까지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가 있다. 피터는 문제를 쉽게 되돌리려다 더 큰 혼란을 만들고, 사람들을 구하려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 그럼에도 메이가 믿었던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빌런들을 치료한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자신을 잊는 선택을 통해 세계를 구한다. 영웅으로 인정받는 명예도, 친구들과 함께할 미래도 남지 않는다. 아무도 자신의 희생을 기억하지 않지만 그는 다시 직접 만든 슈트를 입고 거리로 나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도 이 결말이었다. 피터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는 점에서는 안타깝지만, 이제 누군가의 후계자나 어벤져스의 막내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 움직이는 스파이더맨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노 웨이 홈은 집으로 돌아갈 길이 없다는 제목처럼 피터가 이전의 행복했던 생활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돌아갈 곳을 잃은 자리에서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가장 외로운 결말인 동시에 진짜 스파이더맨의 출발을 알리는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