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 슈트보다 먼저 영웅이 되어야 했던 소년
- 작품명: 스파이더맨: 홈커밍
- 원제: Spider-Man: Homecoming
- 공개 연도: 2017년
- 감독: 존 왓츠
- 장르: 슈퍼히어로, 액션, 성장, 코미디
- 상영시간: 133분
- 주요 출연: 톰 홀랜드, 마이클 키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리사 토메이, 제이컵 배털론, 로라 해리어, 젠데이아
어벤져스가 되고 싶은 피터 파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어벤져스의 전투에 참여했던 피터 파커는 뉴욕으로 돌아온 뒤 좀처럼 평범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학교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보다 토니 스타크에게 새로운 임무를 받는 것이 훨씬 중요하게 느껴진다.
피터는 매일 해피 호건에게 연락하고, 언제든 출동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하지만 어벤져스에게서 답은 오지 않는다. 결국 그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자전거 도둑을 막고, 길을 알려주거나 사소한 사건을 해결한다.
이 모습은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급하게 느껴진다. 피터에게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라는 역할은 너무 작아 보인다. 그는 세상을 구하는 거대한 임무를 맡아야 자신이 진짜 영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 주는 영웅의 기준은 피터의 생각과 다르다. 거대한 사건만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눈앞의 작은 위험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영웅이다. 피터는 이미 동네 사람들을 돕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슈퍼히어로
기존 스파이더맨 영화에서도 피터의 일상과 영웅 활동은 충돌했다. 그러나 《홈커밍》은 그중에서도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피터는 시험을 보고, 토론 대회를 준비하고, 좋아하는 학생에게 말을 걸기 위해 고민한다.
그에게는 범죄자를 추적하는 일만큼 홈커밍 파티에 누구와 갈 것인지도 중요하다. 피터가 학교생활과 영웅 활동 사이를 오가는 모습은 영화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동시에 그가 아직 어린 인물이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 준다.
특히 피터가 높은 건물이 없는 교외에서 거미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전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은 뉴욕의 고층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했지만, 이번에는 골프장을 뛰어가고 자동차에 매달려 이동한다.
이런 장면들은 피터를 완성된 영웅이 아니라 실수를 반복하는 초보자로 보이게 만든다. 그는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상황 판단과 경험은 부족하다. 그래서 피터의 실패는 답답하기보다 성장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토니 스타크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이유
피터에게 토니 스타크는 단순한 후원자가 아니다. 토니는 피터를 더 큰 세계로 데려간 사람이자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해 준 어른이다. 피터가 계속 어벤져스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이유도 화려한 활동에 대한 동경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는 토니에게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위험한 무기를 발견했을 때 혼자 해결하려 하고, 아직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에 뛰어든다.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결과를 만들어 보여 주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토니는 피터의 능력보다 책임감을 먼저 확인하려 한다. 자신 역시 충동적인 선택으로 여러 문제를 만들었던 사람이기에, 피터가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걱정한다. 문제는 토니가 그 걱정을 충분한 대화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터의 조급함과 토니의 부족한 소통이 만나면서 갈등은 커진다. 두 사람은 서로를 생각하고 있지만 그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에는 서툴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전형적인 영웅과 조수의 관계라기보다 기대가 큰 학생과 표현이 부족한 보호자의 관계에 가깝다.
첨단 슈트가 피터에게 만든 착각
토니가 만든 스파이더맨 슈트에는 인공지능, 다양한 거미줄 기능, 추적 장치 등 수많은 기술이 들어 있다. 피터는 처음에 이 기능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지만, 슈트의 제한을 해제한 뒤부터 자신이 훨씬 강해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기능이 많아질수록 피터는 자신의 판단보다 슈트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채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고, 그 결과 워싱턴 기념탑과 페리에서 더 큰 위험이 발생한다.
페리가 두 동강 나는 사건은 피터가 가진 문제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나쁜 일을 막으려 했지만 상황 전체를 보지 못했다. 좋은 의도만으로 모든 행동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능력이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결국 토니는 피터에게서 슈트를 회수한다. 피터는 슈트가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토니는 바로 그 생각 때문에 슈트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
벌처는 왜 현실적인 악당으로 느껴질까
에이드리언 툼스는 세계를 지배하려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는 뉴욕 전투 이후 외계 물질을 수거하는 일을 맡았지만, 정부와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개입하면서 사업을 빼앗긴다. 생계를 잃은 그는 수거한 외계 기술로 무기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다.
툼스의 선택은 명백한 범죄다. 무기 거래로 무고한 사람들이 위험에 빠졌고, 자신의 사업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도 망설이지 않는다. 영화는 그를 정당한 인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툼스의 분노에는 현실적인 출발점이 있다. 거대한 기업과 영웅들이 도시를 파괴한 뒤 새로운 사업까지 가져가는 동안,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책임도 보상도 제대로 얻지 못했다. 툼스는 그 구조에서 밀려난 사람이다.
이 점에서 툼스는 피터와 대조된다. 피터는 토니 스타크의 기술과 관심을 받으며 더 큰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반면 툼스는 바로 그 세계 때문에 자신의 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충돌은 선과 악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어벤져스가 만든 세계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만나는 순간이다.
리즈의 아버지가 문을 열어 주는 장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반전은 피터가 홈커밍 파티에 함께 가기로 한 리즈의 집을 방문했을 때 나온다. 문을 열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피터가 추적하던 벌처, 에이드리언 툼스다.
그 순간 영화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조금 전까지 학교생활과 데이트를 고민하던 청춘 영화가 갑자기 팽팽한 스릴러처럼 변한다. 자동차 안에서 툼스가 피터의 정체를 눈치채는 과정도 큰 액션 없이 긴장을 만들어 낸다.
툼스는 피터가 자신의 딸을 구해 준 사실을 알고 한 번의 기회를 준다. 하지만 동시에 다시 자신의 일을 방해하면 피터와 주변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한다.
여기서 피터는 영웅 활동을 포기하고 파티장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누구도 그를 비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리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툼스를 막으러 간다. 이 선택은 토니에게 인정받기 위해 내린 것이 아니다. 누군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린 선택이다.
잔해 속에서 피터가 다시 일어나는 순간
툼스와의 싸움에서 피터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다. 첨단 슈트도 없고, 곁에서 구해 줄 어벤져스도 없다. 피터는 두려움에 떨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 모습은 강력한 슈퍼히어로라기보다 위험에 빠진 평범한 학생처럼 보인다.
그러나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스파이더맨 마스크를 함께 본 뒤, 피터는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떠올린다. 그는 토니가 만들어 준 슈트가 없더라도 이미 스파이더맨이다.
피터가 잔해를 들어 올리는 장면은 단순히 힘을 발휘하는 장면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인정과 장비에 기대던 소년이 자기 힘으로 일어서는 순간이다. 이때부터 피터는 어벤져스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인다.
적을 구해 주는 선택
마지막 전투에서 툼스는 훔친 장비의 폭발로 죽을 위기에 처한다. 피터는 그를 그대로 두지 않고 불길 속에서 구해 낸다. 툼스가 피터를 위협했고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피터는 악당을 쓰러뜨리는 것과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을 같은 일로 보지 않는다. 자신을 해치려던 사람까지 구하는 행동을 통해 피터는 힘보다 중요한 영웅의 기준을 보여 준다.
흥미로운 점은 피터가 툼스를 구한 뒤 자신의 승리를 자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툼스를 경찰이 발견할 수 있도록 남겨 두고 조용히 현장을 떠난다. 토니에게 칭찬받기 위해 시작했던 행동이 이제는 칭찬이 없어도 해야 하는 일로 바뀐 것이다.
어벤져스의 제안을 거절한 피터
사건이 끝난 뒤 토니는 피터에게 새로운 슈트와 어벤져스 합류를 제안한다. 영화 초반의 피터였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다. 하지만 그는 뜻밖에도 조금 더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으로 남겠다고 답한다.
이 선택은 피터가 어벤져스를 싫어하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지금 지켜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는 의미에 가깝다.
처음에 피터는 동네를 지키는 일을 시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사건을 겪으며 작은 일을 책임질 수 있어야 더 큰 책임도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영웅이 되는 일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과정만이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제대로 바라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 초반의 피터: 어벤져스에게 인정받기 위해 큰 사건을 찾는다.
- 중반의 피터: 첨단 슈트의 힘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한다.
- 후반의 피터: 슈트와 지원 없이도 사람들을 지키기로 선택한다.
- 결말의 피터: 화려한 자리를 거절하고 자신의 동네로 돌아간다.
이전 스파이더맨 영화와 다른 점
《홈커밍》은 피터가 거미에게 물리거나 벤 삼촌을 잃는 기원 이야기를 다시 보여 주지 않는다. 관객이 이미 스파이더맨의 기본 설정을 알고 있다고 보고, 능력을 얻은 뒤의 생활에서 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또한 피터의 경제적인 고민이나 죄책감보다는 고등학생의 조급함과 인정 욕구를 중심에 둔다. 친구 네드는 피터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작전을 돕고, 토니 스타크와 해피 호건은 피터를 MCU의 더 넓은 세계와 연결한다.
이러한 변화는 스파이더맨을 MCU에 자연스럽게 편입시킨다. 동시에 아이언맨의 비중이 크고 스파이더맨이 스타크의 장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전 영화에서 피터가 직접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을 좋아했다면 아쉬움을 느낄 만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결말은 피터를 토니의 조수로 남겨 두지 않는다. 첨단 슈트를 빼앗긴 뒤에야 피터가 진짜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한다는 구조를 통해 결국 이야기의 중심을 피터에게 돌려준다.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밝고 빠른 분위기는 이 영화의 장점이지만, 진지한 감정이 오래 이어지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위험한 사건이 벌어진 뒤에도 농담이 빠르게 등장해 장면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메이 숙모와 피터의 관계도 더 깊게 다뤄질 여지가 있었다. 피터가 반복해서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데도 메이 숙모가 느끼는 걱정이나 두려움은 비교적 짧게 표현된다.
반면 벌처와 피터의 갈등은 거대한 우주적 위기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이 살아난다. 적의 정체가 피터의 학교생활과 직접 연결되면서 영웅 활동과 일상이 하나의 사건 안에서 충돌한다.
자주 묻는 질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먼저 보는 것이 좋다. 피터가 토니 스타크를 만나고 어벤져스의 전투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 담겨 있다. 다만 영화 초반에 피터의 시점으로 당시 상황을 다시 보여 주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없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 학교에서 열리는 동문 환영 행사와 학교 댄스파티를 뜻한다. 영화 속 피터가 참석하려는 파티를 가리키는 동시에, 스파이더맨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벌처로 활동하는 에이드리언 툼스는 피터가 좋아하는 학생 리즈의 아버지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피터의 학교생활과 영웅 활동이 직접 충돌하게 된다.
토니 스타크는 피터에게 슈트를 제공한 후원자이자 보호자다. 하지만 피터가 토니의 인정을 지나치게 원한다는 점이 갈등의 원인이 된다. 피터는 마지막에 토니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자신만의 영웅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영화가 끝난 뒤 두 개의 추가 영상이 나온다. 첫 번째 영상은 벌처와 피터의 관계 및 후속 이야기를 암시하고, 마지막 영상은 캡틴 아메리카의 교육 영상을 활용한 유머 장면이다.
마무리하며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피터 파커는 아직 미숙하다. 실수로 친구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어른의 경고를 무시하며, 좋아하는 사람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성장이 더욱 분명하게 보인다.
영화 초반의 피터는 어벤져스가 되어야만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지막의 피터는 화려한 슈트와 어벤져스의 자리를 거절한다. 다른 사람이 정해 준 영웅의 모습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이 영화가 보여 주는 홈커밍은 피터가 파티에 돌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큰 무대만 바라보던 소년이 자신이 지켜야 할 동네와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피터는 슈트가 있어서 스파이더맨이 된 것이 아니라, 슈트가 없어도 위험한 사람을 지나치지 않았기 때문에 스파이더맨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