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시간을 되돌려도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 작품명: 어벤져스: 엔드게임
- 원제: Avengers: Endgame
- 공개 연도: 2019년
- 감독: 앤서니 루소, 조 루소
- 각본: 크리스토퍼 마커스, 스티븐 맥필리
- 장르: 슈퍼히어로, 액션, 모험, SF
- 상영시간: 3시간 1분
- 주요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헴스워스, 스칼릿 조핸슨, 제러미 레너, 조시 브롤린, 폴 러드
승리가 아닌 상실에서 시작하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사라지게 했다. 어벤져스는 끝까지 싸웠지만 패배했고, 수많은 동료와 가족을 잃었다.
영화는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이 가족과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 아내와 세 자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클린트는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 채 빈 공간만 바라본다.
우주에서는 토니 스타크와 네뷸라가 고장 난 우주선에 갇혀 있다. 식량과 산소가 거의 떨어진 상황에서 토니는 구조될 가능성을 포기하고 페퍼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다. 그때 캡틴 마블이 나타나 두 사람을 지구로 데려온다.
살아남은 어벤져스는 타노스가 다시 인피니티 스톤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에너지를 추적한다. 그들은 타노스를 쓰러뜨리고 스톤으로 사라진 사람들을 되찾으려 하지만, 타노스는 이미 스톤을 파괴한 상태다.
토르는 분노한 채 타노스의 목을 베어 버린다. 《인피니티 워》에서 머리를 노리지 않아 실패했던 일을 반복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타노스를 죽여도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복수에는 성공했지만 패배를 되돌릴 방법은 사라진다.
5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상처
영화는 타노스의 죽음으로 곧바로 새로운 작전을 시작하지 않는다.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의 세계를 보여 준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스티브 로저스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도 사라진 동료들과 과거를 완전히 놓지 못한다.
나타샤 로마노프는 어벤져스 기지에 남아 우주와 지구의 사건을 관리한다. 어벤져스는 그에게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처음으로 얻은 가족이었다. 동료들이 사라진 뒤에도 조직을 유지하는 일은 그 가족의 흔적을 붙잡는 방법처럼 보인다.
토르는 뉴 아스가르드에서 술과 게임에 의존하며 사람들을 피한다. 그는 타노스를 막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타노스의 이름만 들어도 감정이 흔들린다.
클린트는 가족을 잃은 뒤 로닌이 되어 범죄 조직을 처단한다. 자신과 같은 사람은 살아남았는데 가족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타노스의 선택에서 살아남은 범죄자들에게 분노를 돌린다.
반면 토니는 페퍼와 결혼하고 딸 모건을 얻어 조용한 삶을 살아간다. 그는 동료를 잃은 슬픔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지켜야 할 새로운 가족도 얻었다. 과거를 되돌린다는 제안이 그에게 두려운 이유다.
앤트맨이 가져온 뜻밖의 가능성
《앤트맨과 와스프》의 마지막에 스콧 랭은 양자 영역에 들어갔다가 밖에서 장치를 조작하던 행크, 호프, 재닛이 사라지면서 그 안에 갇힌다.
5년 뒤 한 마리의 쥐가 우연히 양자 터널의 버튼을 누르면서 스콧이 현실로 돌아온다. 바깥에서는 5년이 흘렀지만 스콧이 체감한 시간은 약 5시간에 불과했다.
딸 캐시가 성장한 모습을 본 스콧은 자신이 잃어버린 시간을 실감한다. 캐시는 살아 있었지만 스콧에게는 딸의 성장 과정에서 사라진 5년을 되찾을 방법이 없다.
스콧은 양자 영역의 시간 구조를 이용하면 과거로 이동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어벤져스에게 제안한다. 과거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가져온 뒤 사라진 사람들을 되돌리고, 스톤을 원래 시점에 돌려놓는 계획이다.
처음에는 완성된 이론이라기보다 가능성에 가까웠다. 배너 역시 시간여행을 안정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 결국 토니가 시간과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계산하면서 ‘시간 강탈 작전’이 시작된다.
토니가 시간여행을 받아들인 이유
토니는 처음에 스티브와 스콧의 제안을 거절한다. 시간여행이 위험해서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가족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라진 사람들을 되찾기 위해 과거를 바꿨다가 모건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집에 남아 있는 피터 파커와의 사진은 토니를 계속 고민하게 한다. 피터는 토니가 보호하려 했던 아이였고, 타이탄에서 그의 품 안에서 사라졌다. 토니에게 피터를 잃은 경험은 타노스에게 패배했다는 사실보다 개인적인 상처로 남아 있었다.
토니는 결국 과거의 5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유지하면서 사라진 사람들만 되돌리는 방법을 조건으로 작전에 참여한다. 새로 얻은 가족과 잃어버린 사람 중 하나만 선택하지 않고 모두를 지키려 한 것이다.
또한 토니는 스티브에게 방패를 돌려준다. 《시빌 워》 이후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감정을 완전히 말로 풀어내지는 않지만, 마지막 임무를 앞두고 다시 서로를 믿기로 결정한다.
엔드게임의 시간여행 규칙
영화 속 시간여행은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바로 달라지는 방식이 아니다. 과거로 이동한 순간 그 시점은 여행자가 떠나온 현재와 다른 흐름으로 나뉠 수 있다.
따라서 어린 타노스를 죽인다고 해서 현재의 타노스가 했던 일이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경험한 현재는 그대로 남고, 과거의 변화는 별개의 시간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인피니티 스톤을 과거에서 가져오면 해당 시간대는 중요한 힘을 잃어 위험해질 수 있다. 에인션트 원은 브루스 배너에게 이 문제를 설명하며 타임 스톤을 넘기는 일을 거부한다.
배너는 작전이 끝난 뒤 스톤을 가져온 정확한 순간으로 다시 돌려놓겠다고 약속한다. 스톤이 사라졌던 시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위험한 시간의 분기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 과거로 이동: 영웅들이 과거 시점의 인피니티 스톤을 가져온다.
- 현재로 귀환: 여섯 개의 스톤으로 사라진 사람들을 되돌린다.
- 스톤 반환: 사용이 끝난 스톤을 가져온 순간과 장소에 돌려놓는다.
- 핵심 원칙: 과거를 지워 현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유지한 채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는다.
다만 영화의 시간여행 규칙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로키가 테서랙트를 가지고 도망치고, 2014년의 타노스와 군대가 현재로 이동하는 등 여러 시간의 분기가 발생한다. 이러한 부분은 이후 MCU 작품에서 별개의 시간선으로 이어진다.
2012년 뉴욕으로 돌아간 어벤져스
토니, 스티브, 배너, 스콧은 2012년 뉴욕 전투 직후로 이동한다. 당시 지구에는 테서랙트의 스페이스 스톤, 로키의 셉터에 있는 마인드 스톤, 에인션트 원이 보관하던 타임 스톤이 함께 있었다.
배너는 생텀을 찾아가 에인션트 원에게 타임 스톤을 요청한다. 그는 처음에 거절당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가 미래에 스스로 스톤을 타노스에게 넘겼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에인션트 원은 스트레인지의 선택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스톤을 빌려준다.
스티브는 과거의 쉴드 요원들에게 셉터를 넘겨받는다. 과거 자신이 엘리베이터에서 히드라 요원들과 싸웠던 상황과 달리, 이번에는 자신도 히드라 편인 것처럼 속여 전투 없이 셉터를 가져온다.
하지만 테서랙트를 가져오는 작전은 실패한다. 과거의 헐크가 계단을 이용해야 했던 일에 분노해 토니를 쓰러뜨리고, 바닥에 떨어진 테서랙트는 로키의 손에 들어간다. 로키는 스페이스 스톤의 힘으로 그대로 사라진다.
핌 입자가 부족해진 토니와 스티브는 다시 1970년으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테서랙트와 함께 행크 핌이 연구하던 핌 입자가 보관되어 있었다.
토니와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의 만남
1970년에 도착한 토니는 우연히 젊은 시절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를 만난다. 하워드는 눈앞의 남자가 미래에서 온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토니와 하워드의 관계에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있었다. 하워드는 아들을 사랑했지만 표현이 부족했고, 토니는 아버지가 자신보다 일과 캡틴 아메리카에게 더 관심이 많았다고 느꼈다.
아직 토니가 태어나기 전의 하워드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완벽하고 차가운 사람으로만 기억했던 아버지 역시 두려움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토니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하지만 떠나기 전 하워드를 안아 준다. 과거의 관계를 바꿀 수는 없어도, 평생 마음에 남아 있던 말을 다른 방식으로 전한 셈이다.
스티브가 발견한 놓쳐 버린 삶
1970년의 쉴드 기지에서 스티브는 사무실 안에 있는 페기 카터를 발견한다. 그는 유리창 너머로 페기를 바라보지만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스티브는 오랫동안 임무와 책임을 우선하며 살아왔다. 얼음에서 깨어난 뒤에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대의 영웅이 되려고 했다.
하지만 페기를 다시 본 순간 자신이 잃어버린 평범한 삶을 떠올린다. 그는 세상을 구하는 데 성공했지만 약속했던 춤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은 누리지 못했다.
이 장면은 영화 마지막 스티브의 선택을 준비한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단순한 시간여행의 결과가 아니라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았던 인물이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토르와 어머니 프리가의 재회
토르와 로켓은 리얼리티 스톤을 가져오기 위해 2013년의 아스가르드로 이동한다. 시점은 《토르: 다크 월드》의 사건이 벌어지던 날이며, 토르의 어머니 프리가가 죽기 직전이다.
토르는 살아 있는 어머니를 본 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만 프리가는 마법으로 자란 아들을 한눈에 알아본다.
프리가는 토르의 달라진 모습과 고통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사람이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찾으라고 말하며 아들을 안아 준다.
토르는 자신이 여전히 묠니르를 들 수 있는지 확인한다. 묠니르가 손으로 날아오자 토르는 자신이 완전히 무가치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하지만 토르는 어머니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미래를 알려주지 못한다. 과거로 돌아갔다고 해서 모든 상실을 막을 수는 없다. 그는 어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온다.
나타샤와 클린트가 선택한 희생
나타샤와 클린트는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보르미르로 향한다. 그곳에서 레드 스컬은 스톤을 얻으려면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희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두 사람은 자신이 죽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로를 막는다. 클린트는 로닌으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자신이 살아남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타샤는 클린트가 가족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타샤는 클린트의 손을 놓고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그는 어벤져스가 자신의 가족이었다고 말해 왔고, 그 가족과 우주의 절반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다.
타노스가 가모라를 희생한 장면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의미는 다르다. 가모라는 타노스의 선택으로 죽었고, 나타샤는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희생을 선택한다.
클린트는 소울 스톤을 얻어 돌아오지만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슬픔을 안고 남는다. 어벤져스는 나타샤의 희생을 되돌릴 방법을 찾지만 소울 스톤의 교환은 되돌릴 수 없다.
헐크가 손가락을 튕긴 이유
브루스 배너는 5년 동안 자신의 지성과 헐크의 힘을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는 두 인격이 서로를 거부했지만 이제는 배너의 의식과 헐크의 신체가 함께 존재한다.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은 뒤 누가 건틀릿을 사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스톤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감마선과 비슷하며, 배너는 자신이 그 힘을 견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다.
토르는 자신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당시에는 죄책감과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배너는 임무를 개인적인 복수나 만회의 기회로 사용하지 않고 냉정하게 자신이 적합하다는 이유로 건틀릿을 착용한다.
배너는 토니의 조건대로 지난 5년을 없애지 않고, 타노스의 손가락 튕기기로 사라진 사람들만 현재로 되돌린다. 그 과정에서 오른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지만 작전에는 성공한다.
과거의 타노스가 현재로 온 이유
2014년의 네뷸라는 과거의 자신과 신경망이 연결되면서 현재 네뷸라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당시의 타노스는 미래의 어벤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타노스는 현재의 네뷸라를 붙잡고 과거 네뷸라를 어벤져스 사이로 보낸다. 과거 네뷸라는 양자 터널을 이용해 타노스의 함선과 군대를 현재로 이동시킨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는 자신의 행동을 우주의 생존을 위한 희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엔드게임》의 과거 타노스는 미래의 사람들이 자신을 원망하며 과거를 되돌리려 한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그는 우주의 절반을 없애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모든 생명을 지운 뒤 자신에게 감사하는 새로운 우주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이 순간 타노스의 목적이 균형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욕망이었음이 더욱 분명해진다.
캡틴 아메리카와 묠니르
타노스의 공격으로 어벤져스 기지가 무너지고, 아이언맨과 토르, 캡틴 아메리카가 타노스와 맞선다. 토르는 묠니르와 스톰브레이커를 함께 사용하지만 타노스를 막지 못한다.
타노스가 토르를 쓰러뜨리려는 순간 묠니르가 날아온다. 묠니르를 부른 사람은 스티브 로저스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묠니르를 아주 조금 움직였던 장면이 이 순간으로 이어진다.
묠니르는 자격을 갖춘 사람만 들 수 있는 무기다. 스티브가 묠니르를 들어 올린 장면은 그가 힘이 강한 군인이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온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티브는 방패와 묠니르를 함께 사용해 타노스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결국 방패가 부서지고 홀로 타노스의 군대와 마주한다.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스티브는 다시 일어나 부서진 방패를 고쳐 맨다. 결과를 확신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맞서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다.
모든 영웅이 돌아온 순간
스티브가 홀로 타노스의 군대를 바라보던 순간, 무전기에서 샘 윌슨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어 닥터 스트레인지와 마법사들이 만든 포털을 통해 사라졌던 영웅들과 와칸다 군대, 아스가르드인, 라바저들이 전장으로 돌아온다.
블랙 팬서와 슈리, 스파이더맨, 스타로드, 드랙스, 와스프, 닥터 스트레인지 등 지난 영화들에서 사라졌던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마침내 어벤져스에게 집결 명령을 내린다.
이 장면은 단순히 등장인물이 많아서 인상적인 것이 아니다. 각자의 영화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보냈던 인물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같은 전장에 모인다. 2008년 《아이언맨》부터 이어진 이야기들이 한 장면에서 연결되는 순간이다.
《인피니티 워》에서는 영웅들이 여러 장소로 흩어져 싸웠다. 반면 마지막 전투에서는 모두가 한 공간에 모여 인피니티 스톤을 지키고 타노스를 막는다. 어벤져스가 실패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였던 분열이 비로소 극복된다.
토니 스타크의 마지막 선택
전투 중 타노스는 다시 인피니티 스톤을 손에 넣는다. 캡틴 마블도 타노스를 막으려 하지만 파워 스톤의 힘에 밀려난다. 토니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바라보고, 스트레인지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린다.
이는 수많은 미래 가운데 승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순간이 지금이라는 의미다. 토니는 타노스의 건틀릿에 달려 있던 스톤을 자신의 슈트로 옮긴 뒤 손가락을 튕긴다.
타노스와 그의 군대는 먼지가 되어 사라지지만 인간인 토니의 몸은 여섯 스톤의 에너지를 견디지 못한다. 피터와 페퍼, 로드는 마지막까지 그의 곁을 지킨다.
《아이언맨》에서 토니는 자신만을 생각하던 무기 사업가였다. 그는 동굴에서 탈출하기 위해 슈트를 만들었고, 이후에도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토니는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보다 다른 사람들을 구할 방법을 선택한다. 최초의 MCU 영웅으로 시작한 인물이 자신의 생명을 내놓으며 거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스티브 로저스가 선택한 자신의 삶
전투가 끝난 뒤 스티브는 인피니티 스톤과 묠니르를 원래 시간대로 돌려놓기 위해 과거로 떠난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에 양자 터널로 돌아오지 않는다.
버키와 샘은 근처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을 발견한다. 그는 과거에 남아 페기 카터와 함께 삶을 보낸 스티브 로저스다.
스티브는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싸웠다. 전쟁에서는 자신의 몸을 희생했고, 현대에 깨어난 뒤에도 쉴 틈 없이 새로운 위협을 막았다. 영화 마지막에 그는 처음으로 임무가 아닌 자신의 행복을 선택한다.
토니는 가족과 함께 살던 현재를 떠나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했고, 스티브는 모든 임무를 마친 뒤 과거에 남아 자신이 놓쳤던 삶을 되찾는다. 두 사람의 결말은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각 인물이 평생 배우지 못했던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스티브는 자신의 방패를 샘 윌슨에게 건넨다. 이는 단순한 무기의 전달이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라는 책임과 상징을 다음 세대에 맡기는 행동이다.
주요 영웅들이 도달한 결말
- 아이언맨: 자신의 생명을 희생해 우주를 구하고 영웅으로서의 여정을 마친다.
- 캡틴 아메리카: 인피니티 스톤을 돌려놓은 뒤 페기와 함께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 블랙 위도우: 어벤져스와 사라진 사람들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 토르: 왕의 자리를 발키리에게 맡기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떠난다.
- 헐크: 배너의 지성과 헐크의 힘을 받아들이고 스톤을 사용해 사라진 사람들을 되돌린다.
- 호크아이: 나타샤의 희생을 안고 되돌아온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시간을 되돌렸지만 모든 것이 복구되지는 않았다
헐크의 손가락 튕기기로 사라진 사람들은 돌아왔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벌어진 일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미 5년을 살아왔고, 그 시간 동안 새로운 관계와 삶을 만들었다.
나타샤와 토니 역시 돌아오지 않는다. 두 사람의 죽음은 타노스의 손가락 튕기기로 발생한 일이 아니라 이후의 선택과 희생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영화의 시간여행을 단순한 초기화 장치와 다르게 만든다. 영웅들은 실패 이전으로 돌아가 모든 일을 없애지 않는다. 패배가 남긴 상처와 변화를 받아들인 현재에서 사라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도 이미 살아온 시간을 지울 수는 없다. 영화는 상처를 극복한다는 것이 아무 일도 없었던 상태로 되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상처를 가진 채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는 일이라고 보여 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 MCU의 여러 장면을 다시 보여 주는 구성은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지만, 이전 작품을 충분히 보지 않았다면 사건과 인물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타샤는 인피니티 스톤을 얻기 위해 결정적인 희생을 하지만, 토니와 비교하면 죽음 이후의 추모가 짧게 느껴진다. 별도의 장례식 없이 동료들의 대화로 감정이 정리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토르가 체중이 늘고 술에 의존하는 모습은 그의 우울과 죄책감을 표현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외모 자체가 반복적으로 농담의 대상이 된다. 인물의 정신적인 고통보다 웃음을 위한 장치처럼 사용되는 순간도 있다.
캡틴 마블은 마지막 전투에서 강한 힘을 보여 주지만 중간 이야기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강한 인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인물에 비해 이야기 속 관계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를 하나의 결말로 연결하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여정을 각자의 성격에 맞게 마무리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바로 이어지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반드시 먼저 보는 것이 좋다. 여기에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토르: 다크 월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앤트맨과 와스프》까지 보면 시간여행 장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화의 시간여행 규칙에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의 변화가 현재를 덮어쓰는 방식이 아니므로, 영웅들이 경험한 패배와 지난 5년은 그대로 남는다.
나타샤의 죽음은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한 대가였다. 헐크는 그를 되돌리려고 했지만 소울 스톤의 교환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인피니티 스톤을 돌려놓은 뒤 과거에 남아 페기 카터와 함께 긴 삶을 살았다. 이후 현재 시점의 호숫가 벤치에서 늙은 모습으로 샘과 버키를 만난다.
전통적인 추가 영상은 없다. 대신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무렵 토니 스타크가 첫 번째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 때 들렸던 망치 소리가 나온다. MCU의 시작을 기념하는 소리로 해석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타노스를 쓰러뜨리는 거대한 전투 영화이지만, 영화의 많은 시간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에 사용된다. 승리한 뒤의 환호보다 패배한 뒤 어떻게 다시 살아갈 것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영웅들은 과거로 돌아가지만 실수를 없던 일로 만들지 않는다. 잃어버린 사람들을 되찾는 동시에 지난 5년의 삶도 지킨다. 그 과정에서 나타샤와 토니라는 또 다른 상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토니는 자신이 얻은 가족을 사랑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가족까지 되찾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내린다. 스티브는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싸운 뒤 마침내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 토르는 왕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찾으려 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엔드게임’은 단순히 마지막 전투를 뜻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책임과 상처를 짊어졌던 영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임무를 끝내고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넘기는 과정이다.
시간을 되돌려도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상처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엔드게임》은 완벽한 원상 복구보다 상실을 기억하면서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으로 긴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