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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라그나로크, 모든 것을 잃고 진짜 왕이 된 토르

《토르: 라그나로크》는 아스가르드의 멸망을 다루면서도 예상보다 밝고 유쾌하다. 토르는 묠니르를 잃고, 아버지와 고향까지 잃을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는 자신을 상징하던 것들이 사라진 뒤에야 진짜 힘과 왕의 책임을 이해한다. 이 영화는 무너지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새롭게 출발하는 토르의 성장담이다.
  • 작품명: 토르: 라그나로크
  • 원제: Thor: Ragnarok
  • 공개 연도: 2017년
  •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 각본: 에릭 피어슨, 크레이그 카일, 크리스토퍼 요스트
  • 장르: 슈퍼히어로, 액션, 모험, SF, 코미디
  • 상영시간: 2시간 10분
  • 주요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테사 톰슨, 제프 골드블럼, 이드리스 엘바
주의: 이 글에는 오딘과 헬라의 관계, 아스가르드의 멸망 등 영화의 핵심 내용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

완전히 달라진 세 번째 토르 영화

《토르》와 《토르: 다크 월드》가 왕가의 갈등과 신화적인 분위기를 진지하게 다뤘다면, 《토르: 라그나로크》는 시작부터 다른 방향을 선택한다. 토르는 불의 악마 수르트에게 붙잡힌 상황에서도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 긴 머리와 묠니르로 대표되던 외형도 영화가 진행되면서 크게 달라진다.

화면은 이전보다 훨씬 화려해졌다. 아스가르드의 금빛 궁전뿐만 아니라 형광색과 기계 장치로 가득한 사카르 행성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음악 역시 웅장한 오케스트라에만 의존하지 않고 강한 전자음과 록 음악을 사용한다.

이런 변화는 토르라는 인물을 더 친근하게 만든다. 이전 작품에서 토르는 때때로 지나치게 근엄하거나 다른 인물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번 영화에서는 크리스 헴스워스의 코미디 연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토르의 허세와 인간적인 당황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만 놓고 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토르는 짧은 시간 안에 아버지를 잃고, 묠니르가 파괴되는 모습을 보며, 고향의 몰락까지 경험한다. 밝은 연출 속에서 한 인물이 자신을 지탱하던 모든 것을 잃어가는 이야기인 셈이다.

오딘이 감춰 온 아스가르드의 역사

영화 초반 토르와 로키는 지구에서 오딘을 찾는다. 로키가 오딘의 모습으로 아스가르드를 통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두 사람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아 노르웨이에 머물던 오딘과 재회한다.

오딘은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죽음과 함께 봉인되어 있던 첫째 딸 헬라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토르와 로키에게 누나가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아스가르드의 번영 뒤에 숨겨진 역사다.

과거의 오딘은 평화로운 현명한 왕이 아니었다. 그는 헬라와 함께 다른 세계를 정복했고, 그 과정에서 아스가르드의 영토와 부를 넓혔다. 헬라는 오딘의 가장 강력한 전사이자 처형자였다. 그러나 오딘이 정복을 멈추려 하자 헬라는 그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봉인되었다.

아스가르드의 궁전 천장에는 평화로운 왕국의 역사가 그려져 있지만, 헬라는 그 장식을 부수고 아래에 가려져 있던 정복의 기록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왕국의 모습이 사실은 폭력적인 과거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헬라를 단순히 갑자기 나타난 악당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그녀는 오딘이 원했을 때 정복 전쟁을 수행했고, 오딘이 변한 뒤에는 불편한 과거와 함께 버려졌다. 물론 그렇다고 헬라의 학살과 지배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녀의 존재는 아스가르드가 감춰 온 책임을 드러낸다.

묠니르가 파괴된 이유

헬라가 등장한 직후 토르는 평소처럼 묠니르를 던진다. 하지만 헬라는 한 손으로 묠니르를 막은 뒤 산산조각 낸다. 토르를 상징하던 무기가 너무 쉽게 파괴되는 장면은 그가 지금까지 믿어 온 힘의 기준이 무너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토르는 오랫동안 묠니르를 자신의 힘 그 자체처럼 생각했다. 망치를 휘두르면 번개를 부를 수 있었고, 하늘을 날 수도 있었다. 묠니르가 사라진 뒤 그는 자신이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느낀다.

그러나 오딘은 토르에게 묠니르가 힘의 근원이 아니라 힘을 조절하도록 도와주는 도구였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토르는 망치의 신이 아니라 천둥의 신이다. 그의 힘은 처음부터 묠니르 안에 들어 있던 것이 아니었다.

토르가 진짜 힘을 발견한 순간은 새로운 무기를 얻었을 때가 아니라, 무기가 없어도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다.

헬라와의 전투에서 토르의 온몸에 번개가 흐르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그는 잃어버린 묠니르를 대신할 물건을 찾지 않는다. 자신 안에 이미 존재했던 힘을 받아들이며 이전과 다른 영웅으로 다시 일어선다.

사카르 행성과 그랜드마스터

헬라의 공격으로 비프로스트에서 떨어진 토르는 사카르라는 행성에 도착한다. 사카르는 우주의 여러 장소에서 흘러온 쓰레기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시간의 흐름도 외부와 다르며, 그랜드마스터가 검투 경기를 통해 행성을 지배한다.

그랜드마스터는 밝은 옷을 입고 부드러운 말투로 사람들을 대하지만,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포로들을 싸우게 만드는 독재자다. 잔혹한 행동조차 가벼운 행사처럼 말하는 태도가 오히려 그를 더 기묘하게 만든다.

사카르에서 토르는 왕자도, 어벤져스도 아니다. 그는 목에 통제 장치를 단 채 검투사로 팔려 온다. 아스가르드에서 누렸던 지위와 권위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환경에 놓인 것이다.

이 경험은 토르가 왕이 되는 과정과 연결된다.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왕좌에 앉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힘을 빼앗기고 자유를 통제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직접 경험한 뒤에야 토르는 백성을 지키는 왕의 책임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토르와 헐크의 재회

검투장에서 토르가 상대하게 된 챔피언은 다름 아닌 헐크다. 토르는 익숙한 얼굴을 보고 반가워하지만, 헐크는 곧바로 토르를 공격한다. 두 사람의 대결은 영화에서 가장 유쾌하고 강렬한 액션 장면 가운데 하나다.

헐크는 사카르에서 인기 있는 검투사로 살아가고 있다. 지구에서는 언제나 통제해야 할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지만, 사카르에서는 환호받는 영웅이다. 그렇기 때문에 헐크는 굳이 브루스 배너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브루스 배너는 다시 헐크로 변하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후 무려 2년 동안 헐크의 모습으로 지냈고, 그동안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배너는 아스가르드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헐크가 되기로 선택한다.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가장 두려워하던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배너 역시 중요한 영웅으로 성장한다.

과거에서 도망치던 발키리

발키리는 사카르에서 사람들을 붙잡아 그랜드마스터에게 판매하며 살아간다. 술에 의존하고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아스가르드와 거리를 둔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 헬라와 싸웠던 발키리 전사단의 생존자다.

오딘은 헬라를 막기 위해 발키리들을 보냈지만, 전투에서 수많은 전사가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발키리는 그 기억을 견디지 못하고 아스가르드를 떠났다. 그녀에게 아스가르드는 자랑스러운 고향인 동시에 동료들을 잃게 만든 장소다.

토르는 발키리에게 무조건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그녀가 겪은 상처를 인정하면서도, 지금 다시 싸울 이유를 제시한다. 과거의 실패를 바꿀 수는 없지만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발키리는 자신의 갑옷을 다시 입고 헬라와 맞선다. 이는 과거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다. 오랫동안 도망쳤던 기억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다시 선택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로키는 정말 변한 것일까

로키는 여전히 믿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는 아스가르드에서 오딘으로 변장해 왕의 자리를 차지했고, 사카르에 도착한 뒤에는 빠르게 그랜드마스터의 측근이 된다. 토르와 탈출을 준비하면서도 마지막 순간에는 형을 배신하려 한다.

하지만 토르는 더 이상 로키의 배신에 놀라지 않는다. 로키가 어떤 선택을 할지 예상하고 오히려 먼저 함정을 준비한다. 토르가 로키를 무조건 믿거나 계속 설득하려 하지 않는 모습은 두 형제의 관계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토르는 로키에게 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대신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다. 이 말은 로키에게 예상보다 큰 영향을 준다. 늘 토르와 오딘의 관심을 얻으려 했던 로키는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로키는 아스가르드로 돌아와 백성들의 탈출을 돕는다. 완전히 선한 인물로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이익보다 아스가르드 사람들을 선택한다.

헬라가 아스가르드에서 강해지는 이유

헬라는 죽음의 여신이며 아스가르드에서 힘을 얻는다.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강해지기 때문에 토르와 동료들이 정면 대결만으로 그녀를 쓰러뜨리기는 어렵다.

헬라가 아스가르드의 힘을 사용한다는 설정은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된다. 그녀는 왕국이 감춰 온 정복의 역사에서 태어난 존재다. 아스가르드가 그 과거를 외면하는 동안 헬라의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토르는 마지막 전투에서 자신이 헬라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전의 토르였다면 더 강하게 싸워 상대를 쓰러뜨리는 방법만 찾았겠지만, 이제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부터 생각한다.

라그나로크를 막는 대신 일으킨 선택

영화 초반 토르는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해 수르트를 쓰러뜨리고 왕관을 가져온다. 그는 아스가르드의 멸망을 막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토르는 오히려 수르트를 되살려 라그나로크를 일으킨다.

수르트는 아스가르드를 파괴하고, 아스가르드와 힘이 연결된 헬라도 함께 쓰러뜨린다. 토르는 고향을 구하기 위해 고향의 땅을 포기하는 선택을 내린다.

처음에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 선택에는 왕으로서 토르가 내린 판단이 담겨 있다. 도시와 궁전을 지키려다 백성을 잃는다면 왕국을 지켰다고 말할 수 없다. 반대로 땅을 잃더라도 사람들이 살아남는다면 새로운 아스가르드를 시작할 수 있다.

아스가르드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다. 왕국을 이루는 것은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백성이다.

이 문장은 영화 전체를 정리한다. 토르는 평생 왕좌와 묠니르, 궁전을 아스가르드의 상징으로 여겼다. 하지만 마지막에 남은 것은 피난선에 오른 사람들뿐이다. 그리고 토르는 바로 그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진짜 왕의 자리에 앉는다.

토르가 잃은 것과 얻은 것

  • 묠니르를 잃고: 자신의 힘이 무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오딘을 잃고: 누군가의 아들이 아닌 새로운 왕으로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 한쪽 눈을 잃고: 외형적으로도 아버지 오딘과 닮은 지도자가 된다.
  • 아스가르드의 땅을 잃고: 왕국의 중심은 백성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 왕좌를 잃고: 역설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진짜 왕이 된다.

이처럼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토르의 성장은 새로운 힘을 얻는 방식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의지하던 것들을 하나씩 잃으며 본래 가지고 있던 힘과 책임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단순한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 헬라를 막았지만 아스가르드는 파괴되었고 많은 희생이 발생했다. 토르는 승리의 기쁨보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유머가 많아진 연출의 장점과 아쉬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토르의 세 번째 단독 영화를 우주 코미디에 가까운 분위기로 바꿨다. 토르와 헐크의 말다툼, 코르그의 무심한 말투, 그랜드마스터의 기묘한 행동은 영화에 독특한 리듬을 만든다.

이전보다 가벼워진 분위기 덕분에 토르와 주변 인물들의 개성도 살아났다. 특히 토르는 강하고 진지하기만 한 신이 아니라 당황하고 실패하면서도 다시 방법을 찾는 인물로 변했다.

다만 농담이 중요한 장면의 감정을 너무 빨리 끊는 부분도 있다. 아스가르드의 전사들이 희생되거나 고향이 무너지는 장면은 상당히 무거운 사건이지만, 영화는 그 슬픔을 오래 보여 주지 않는다.

전작의 신화적이고 진지한 분위기를 좋아했다면 이런 변화가 낯설 수 있다. 반대로 토르라는 캐릭터가 MCU 안에서 뚜렷한 개성을 갖게 된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라그나로크는 무슨 뜻인가?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과 세계의 종말을 의미한다. 영화에서는 수르트가 아스가르드를 파괴하는 예언과 사건을 가리킨다.

Q2. 헬라는 토르와 로키의 누나인가?

그렇다. 영화 속 헬라는 오딘의 첫째 딸이며 토르와 로키에게는 누나가 된다. 다만 로키는 오딘의 친아들이 아니라 입양된 아들이다.

Q3. 묠니르가 파괴됐는데 토르는 어떻게 번개를 사용했나?

묠니르는 토르의 힘을 만들어 내는 물건이 아니라 그가 힘을 집중하고 조절하도록 돕는 도구였다. 토르는 원래부터 천둥과 번개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Q4. 헐크는 왜 사카르에 있었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마지막에 퀸젯을 타고 지구를 떠난 뒤 사카르에 도착했다. 이후 약 2년 동안 헐크의 모습으로 지내며 그랜드마스터의 검투 대회 챔피언이 되었다.

Q5. 영화가 끝난 뒤 추가 영상이 있는가?

두 개의 추가 장면이 있다. 첫 번째 장면은 아스가르드 피난선 앞에 거대한 우주선이 나타나는 내용으로 이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연결된다. 마지막 장면에는 그랜드마스터가 등장한다.

마무리하며

《토르: 라그나로크》는 토르 시리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작품이다. 강렬한 색감과 음악, 빠른 농담, 개성 있는 등장인물이 어우러지면서 이전 영화보다 훨씬 경쾌한 우주 모험이 완성됐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심에는 상실이 있다. 토르는 묠니르와 아버지, 한쪽 눈, 고향을 차례로 잃는다. 처음에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고 하지만, 마지막에는 지킬 수 없는 장소를 놓아주고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람들을 선택한다.

왕은 왕좌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백성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토르는 아스가르드의 궁전이 무너진 뒤에야 이 사실을 온전히 이해한다.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마지막 순간, 그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완전한 천둥의 신이자 아스가르드의 왕으로 다시 태어난다.